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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숙취해소 음료 성공가도 ...30~50대 워킹맘 사로잡았죠”

[저작권 한국일보] 미국에 숙취 해소 음료를 출시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이시선 모어랩스 대표가 제품들을 한 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 류효진 기자

“미국에서 이 제품 소비층은 75% 이상이 여성입니다. 특히 30~50대 워킹맘이 주로 찾고 있지요. 바로 숙취 해소 음료입니다.” 미국에서 숙취 해소 음료를 전파하는 젊은 한인 사업가가 있다. 2017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지 3년째를 맞은 ‘모어랩스’의 이시선(30) 대표다. 최근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한국에서 숙취 해소 음료인 ‘모닝 리커버리’를 일부 생산하고 있는데, 곧 신제품을 더 출시할 예정이라 한국 방문을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 세계가 바짝 움츠려 있지만 한국 방문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가 2017년 11월에 선보인 모닝 리커버리는 미국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출시한지 6개월 만에 매출 250만달러(약 30억원)를 달성했고, 채 2년도 되지 않아 200만병이 팔려나가는 성과를 올렸다. 2018년 매출액 1,600만달러(약 190억9,600만원) 이상을 올렸으니, 현재 19명의 직원만으로 성공가도를 달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올해 목표 매출은 2,000만달러(약 238억원)”라고 말한다. 그러니 더 다양한 맛과 기능성을 살린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을 게 당연했다. 이 대표가 한국 방문을 미루지 않은 이유다. 새롭게 선보일 제품은 색상부터 변화를 줬다. 기존의 파란색 용기에서 보랏빛과 주홍빛 색감을 더했다. 주요 고객층인 여성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서다. 이 대표가 선보이는 숙취 해소 음료는 남성이 아닌 여성 소비자가 75%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과는 다른 풍경이다. “처음에는 이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남성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저녁에 음주를 하면, 다음날 아침 아이들 챙기고 출근하는 등 활동성을 높이려는 워킹맘들이 주로 찾고 있습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모닝 리커버리는 ‘헬시(건강)음료’ ‘에너지음료’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에너지음료 등과 경쟁을 펼치게 돼 디자인부터 손봤다. 보통 에너지음료가 500㎖ 이상의 용기에 담겨있다면, 모닝 리커버리는 100㎖로 용량을 확 줄였다. 용기는 미국 내 숙취 해소 음료의 시장성을 높이 평가한 SK케미칼이 협업하면서 출시 가능했다. 가격은 비싼 편이다. 한 개당 6달러(약 7,000원)로, 미국에서 판매하는 에너지음료보다 2배가량 비싸다. 양도 많고 가격도 싼 에너지음료와는 반대로 고급화 전략을 추진했다. 미국 아마존 등에선 배송비 때문에 단품보다 6개들이 묶음판매가 잘 나간다. 결국 “가격을 신경 쓰지 않는, 직장 있는 고소득층 소비자”들이 주요 고객층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마존에서 ‘행오버(hangoverㆍ숙취)’를 검색하면 관련 제품이 50개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5,000개가 넘는다”며 “이젠 숙취 관련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창업 당시 20대였던 이 대표와 숙취 해소 음료의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전기차업체 테슬라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당시 한국을 방문해 이 음료를 마시고 깜짝 놀랐다. 미국 문화 속에서 살던 그에게 숙취 해소 음료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는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가 워털루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와 실리콘밸리에서 페이스북과 우버에서 엔지니어를 거쳤다. 전도유망한 엔지니어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순간이었다. 그의 사업성은 미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알토스벤처스 등 벤처 투자회사들이 800만달러(약 95억원)를 투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창업이 자연스러운 곳”이라며 “제품 디자인도 우버에서 웹디자인을 하던 동료가 해준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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