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생리대 파동 3년…유기농 갈아타는 기업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된 ‘생리대파동’ 이후 3년간 유기농·친환경 생리대가 급성장하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대안 생리대를 표방하며 나온 신생기업들의 유기농·친환경 생리대가 국내외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 유한킴벌리, 깨끗한나라 등 기존 제조사들도 유기농 제품군 강화 기조로 방향을 틀었다.


2017년 생리대 파동의 여파는 컸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리대 총 666개 품목을 전수조사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결론냈지만 시장점유율이 요동칠 정도.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 기준 2016년 57%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던 유한킴벌리가 2018년에는 42.6%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에 이어 생리대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했던 한국P&G는 아예 국내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기존 시장을 과점하다시피 했던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고전하는 사이 생리대 시장은 유기농 중심으로 빠르게 변했다. 생리대 파동 직후인 2018년 G마켓에서 전체 생리대 품목의 매출은 2017년보다 7% 감소했다. 생리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소비자들이 전년보다 생리대를 덜 산 것이다. 반면 유기농 생리대 품목만 보면 전년 대비 236%나 매출이 증가했다. 생리대를 사려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유기농으로 집중됐다는 뜻이다.


2019년에도 유기농 생리대 품목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36%로, 전체 생리대(15%) 2배가 넘었다. 올해는 유기농 생리대의 성장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생리대 전체 매출 신장률은 10%였지만 유기농 생리대는 전년 대비 147%나 매출이 올랐다.


올해 유기농 생리대의 급성장은 신생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배경이 됐다. 2016년 미국에서 창업한 라엘은 100% 텍사스산 유기농 순면 제작 등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급성장했다. 출시 1년만에 20만팩을 판매한 기록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오드리리프스는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염소 표백을 하지 않은 100% 유기농 순면 완전무염소(TCF) 생리대 '오드리선’을 출시했다. 신생 기업의 유통망이 주로 약국이나 드럭스토어, e-커머스 등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오드리선은 출시와 동시에 대형마트에 입점하는 등 빠르게 대규모 유통망을 확보하며 성장했다. 최근 호주 등 외국으로의 수출도 이어가고 있다. 생리대 브랜드 평판만 보더라도 유기농을 앞세운 신생 브랜드들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지난달 22개 생리대 브랜드에 대한 빅데이터 304만개를 분석한 결과, 1위가 ‘시크릿데이’, 2위는 ‘라엘’, 3위 ‘좋은느낌’, 4위 ‘유기농본’ 등의 순이었다. 이 외에도 ‘콜만’, ‘내츄럴코튼’, ‘한나패드’, ‘오드리선’, ‘순수한면’, ‘청담소녀’ 등 유기농이나 친환경 생리대들이 상위권에 포진됐다.


유기농으로의 변화가 거세지면서 기존 대·중견기업들도 주력 제품군 수정에 나섰다. 유한킴벌리는 친환경 생리대 브랜드인 ‘라네이처’를 런칭하고 생분해성 생리대 ‘라네이처 시그니처’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유기농으로 체질 전환을 강화한 덕분에 2017년 1482억원에서 2018년 1102억원까지 줄었던 순이익이 지난해 1371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순수한면을’ 주력 브랜드로 삼아 다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순수한면에 대해 100% 순면을 사용하는 제품에만 부여되는 내추럴 트레이드마크를 받았 다. 회사는 ‘건강한 순수한면’, ‘순수한면 제로’, ‘순수한면 슈퍼가드’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하며 유기농 생리대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덕분에 칸타월드패널 기준 생리대 부문 시장점유율도 2018년 5.4%, 지난해 5.5%에서 올해 3/4분기 6.5%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깨끗한 나라 관계자는 “국내 유기농, 친환경 생리대 시장 규모는 생리대 전체 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피부와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유기농 라인업을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


bottom of page